
Q장난감을 치우지 않는 다섯 살 아들을 야단치다가 장난감을 쓸어다 버렸어요. 그 후로 아이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엄마 이것도 버릴 거야? 이건 버리지 마세요.”라고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에게 너무 상처가 컸구나’ 당황되어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 자신이 한심해 부끄럽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정리도 가르치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질까요?
나 역시 아이를 기르며 실수도 실패도 많았다. 처음 고백하건데 큰아이가 네 살 때, 장난감 사달라고 길에 드러누운 적이 있었다. 화가 나고 다른 이 보기도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아이를 한 대 때렸다. 오랫동안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나는 ‘이 작은 아이를 어디 때릴 데가 있어 손을 댔는가,’ 수도 없이 뉘우쳤다.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손을 대지 을 수 있었고, 열심히 노력하는 착한 엄마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 10년이 더 지난 후에 아이에게 그 때 미안함을 토로했더니 아이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내 행동이 아이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된다 아이를 기르며 실수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면 된다. 혹 실수를 했다면 아이에게 사과해야 맞다. 아이 눈을 마주하고 말하라. “엄마가 다시는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 버리지 을 게. 많이 놀고 잘 치우자.” 그렇다고 아이의 아픈 마음이 다 정리된 것이 아니어서 아이는 자주 장난감 버리지 말라고 또 되뇔 것이다. 사과했는데 또 저런다고 화내지 마라. 아이라서 잊어서 그렇다. 상처가 깊어 엄마에게 새삼 또 확인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버리지 않는다고 대답해야 옳다. 언제까지냐고 묻지 마라. 며칠이 걸릴지 모르지만 아이가 더는 묻지 않을 때까지 해야 한다. 아이 성에 찰 때까지가 기한이다.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면 엄마는 부드럽게 한 결 같이 답해야 해야 한다. 천주교에서는 ‘고백성사’라는 게 있다. 자신의 잘못을 신부님께 고백하고 사죄를 받는데 그러면 신부님께서는 용서하며 보속이란 걸 주신다. 보속은 다시는 그 일을 되풀이 하지 말 것을 약속하고 잘못한 당사자에게 가서 용서를 비는 거다. 아이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 거꾸로 아이가 아무 말이 없는데 엄마가 자꾸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노는 시간에 치울 시간도 안배한다 아이들은 놀다보면 먹는 것도 오줌 누는 것도 잊는다. 간혹 살펴보면 몸을 있는 대로 꼬면서도 앉아 놀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있다. 오줌이 곧 나오려고 해도 놀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렇게 놀기에 있는 힘을 다 썼는데 치워야 한다면 곧 맥이 빠진다. 아이들은 절대 흥미롭지 않은 일을 할 수 없다. 힘도 빠지고 흥미도 없으니 치우기에 힘쓰지 는다. 안치우려고 잔꾀를 부리고 게으름을 떨기 마련이다. 거기다가 엄마가 잔소리를 하며 아이 마음을 상하게 하면 더욱 치울 맛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아이의 상태를 보아 적당히 놀았다싶으면 치우도록 유도하면 좋다. 말하자면 치울 시간도 노는 시간에 안배해야 한다.
정리도 놀이처럼 경쟁적으로 하게 해라 주어진 정리 시간에 놀기 쟁이, 내기 쟁이, 따라 쟁이인 아이 습성을 분 발휘시켜라. 아이보고 치우기를 놀이처럼 하게 장단을 맞춰라. “이제 치우자. 제일 큰 책 가져다꽂기. 누가 먼저 하나 보자.” 소란스레 엄마가 나서서 큰 책을 책장에 꽂기 시작하면 아이도 질 새라 책을 들고 덤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경쟁이 붙어 누가 더 많이 치우냐 서두른다. 그 다음에 “중간 책, 작은 책 순으로 치우자.” 하면 잘못 작은 책을 가져 왔다면 되 갖다 놓아가면서까지 아이들은 치우기에 열중한다. “노란색 장난감부터 모으자. 첫 번째 통에 넣는다.” 아이들이 잽싸게 모아오면 “파란색은 두 번째 서랍에 넣는다. 엄마는 한꺼번에 두 개나 들고 왔다.”라고 하며 자랑하면 더 분주히 움직인다. 이런 수다로 아이 혼을 빼며 치워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따라하고, 내기를 하며 놀기를 좋아하므로 효과가 있다. 신나게 노는 것 뿐 아니라 신나게 ‘치우는 놀이’도 즐기게 된다. 한 가지 한 가지 잘 치울 때마다 칭찬도 소란스럽게 해야 한다. 그 수다 속에서 아이가 크기 때문이다.
쉽게 치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라 잘 놀고 쉽게 치우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이 길들이기에 좋은 방법이다. 가령 작은 조각이 많은 레고 같은 놀이를 하고 나면 바로 모아서 접을 수 있는 전용 보자기가 있으면 편리하다. 아이가 노느라 힘 뺀 다음 그 작은 조각을 일일이 주워 담으려면 짜증나지 는 게 더 신기할 정도다. 그냥 보자기에 레고를 싸놓았다가 풀어서 놀고 또 그대로 접으면 바로 치울 수 있는 장치라면 좋다. 우리 전통 보자기를 상상하면 된다. 보자기가 좀 볼품없다 여긴다면 근사한 정리용 놀이 보자기를 하나 만들어도 좋다. 데님 천으로 만드는 게 멋도 더하고 활용도도 높다. 튼튼한데다 판판하여 장난감 놀이판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동대문 시장에 가서 자투리를 사다 쓰는 게 가장 경제적이다. 한 마에 이천여 원 정도니 한 두마 구입해 둥글게 원으로 재단한다. 그 다음 테두리를 홈질, 감침질이나 공그르기로 마무리 한다. 그 테안에 24개정도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굵은 매듭실로 바느질 하듯 꿰어 묶으면 완성이다. 줄을 잡아당기면 낙하산처럼 천이 모아진다. 산타할아버지 망태 같기도 하다. 줄을 풀어 보자기를 펼쳐 블록 놀이를 하고 줄을 모아 당기면 다 모아지니 아주 간편하다.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정리 끝이다. 어디 이웃에 가져가기도 좋은 ‘이동 놀이판’으로도 손색이 없다.
엄마는 아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징검다리는 평평한 길에는 있지 고 꼭 험한 길에만 있다. 물길, 진길, 자갈길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편하게 길을 갈 수 있다. 엄마의 역할과 아주 비슷하다. 아이가 어려워 할 때, 잘 못할 때 그 때만 징검다리가 요하다. 아무 때나 아이 앞에 나타나 이것 해주고 저것 가르쳐주면 아이가 튼실하게 크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가 부족한 게 보이면 그 때 한 돌 한 돌 아이가 건 오도록 길을 놔주면 된다. 엄마도 아이도 서로 편히 지내는 법이다. 놀이라고 다르지 않다.기획 민영 | 포토그래퍼 유건욱 | 레몬트리
출처 - 팟지 patzzi.com